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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1박2일, 넌 정체가 뭐니?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던 국민예능 12일을 이제 떠나보내려합니다.

차라리 12일이라는 타이틀을 안달았다면 이런 미련도 없으련만, 아쉬운 마음에 끄적여봅니다.

 

I 아무래도 이번 1박2일은 저랑 안맞는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믿음으로 조금만 지나면 나아지겠지란 생각에 응원을 하며 봐왔었는데,

첫 촬영에서 무리한 진행으로 안전불감증을 자초하며 삐걱되던 프로그램이

이번에도 제대로 산으로 가버린 방송이었습니다.

 

I 어설픈 진행

저도 잘 아는건 아니지만, 제 눈에는 참으로 어설퍼 보인 진행과 스토리였습니다.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진행된 게임은, 누가 김종민의 역할을 하던 오늘같은 모습을 연출했을겁니다.

제작진 측에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뭔가 의도치않은 상황을 기대했을 수 있는데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멤버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않은 무리한 진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멤버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했던지, 멤버분석이 되어있지 않던지 둘 중 하나일듯 합니다.

혹시 반전을 통해 '김종민 영웅만들기' 를 할 생각이었다면 시청자를 우습게 안 행동이겠지요.

  

 

I 촬영의지 없는 멤버들

최재형PD로 바뀐 뒤로 오프닝은 너무나도 여유(!)가 느껴지는 진행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도 음악은 긴박하게 깔았지만, 핸드폰 바꿨다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멤버들의 한가함에

김은 빠질대로 빠진 상태가 되어버렸지요. 5년동안 우렁찬 오프닝은 아무도 못배웠던건지...

 

그리고 팀을 양팀으로 나눈 이유는 서로 경쟁을 통해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웃음포인트를 찾겠다는 의도일텐데,

김종민을 제외한 여섯명은 서로 경쟁팀이란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듯 보였습니다.

마지막엔 함께 모여있다가 진행이 되지않자 이수근이 레이스 연장을위해 꼼수를 부렸는데,

김종민 차가 유유히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도 저지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은걸 볼때

(저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모두 짜고 연기를 하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이런 생각이 들면 안되지만, 과연 강호동,이승기,은지원이라면 그냥 가도록 내버려뒀을까요???

 

 

I 그저그런 오락프로 1박2일

그리고 무엇보다 지적하고 싶은것은 지금의 1박2일은 더이상 국민예능이 아니라는 겁니다.

12일을 좋아했던 저는 이 프로그램의 묘미가 각종 복불복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말 예능인만큼 게임과 복불복을 감초로 넣어둔것 뿐..

 

물 흐르듯 흘러가는 전개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배경음악과

금수강산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볼거리, 먹거리를 안방으로 소개하면서 묻어나는

여섯남자의 알콩달콩 코믹한 여행기가 부담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었기에 국민예능이 되었죠~!

그리고 지방을 다니며 지역분들과 서로 교감하고 정을 나누는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응원하고 지켜봤던게 아니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본다면 최근의 12일은

그저그런 오락프로그램일뿐 제가 알고 그동안 응원하며 봐왔던 12일이 아니었습니다.

냉정히 말해서 안전불감증도 도를 넘어선 수준이었고,

출연진끼리의 의미없는 놀이나 술래잡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도 전남 강진의 사의재에 대해 소개하며 정작 중요한 점은 자막으로만 넘기고

전통찻집 느낌이 가득하도록 시간을 할애해버리더군요.

레이스에대한 부담감때문인지 김종민은 차를 마시며 전화에만 열중하는 모습.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아쉬움이 가득 남는 대목입니다.

 

 

단순히 연예인들의 놀고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12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이야기와 우리 나라의 풍경과 여행지에서 형제같은 멤버들의 이야기를 보려는 것었는데,

12일이라는 겉모양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알맹이는 빠져버린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네요.

 

I 강호동은 오늘 12일을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연은 아니겠지만, 오늘 우승민씨 결혼식장에 나타난 강호동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초라해져버런 12일의 모습과 1박2일에 열정을 불태웠던 그의 모습을보니 아쉬움이 가득해지더군요.

때론 가끔 오버하는 꽁투에 조금, 아주 조금 거북할때도 있었지만,

전국 어디서나 12일을 힘차게 외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겸손한 말투와 행동,

특유의 친화력은 시골의 어르신부터 꼬맹이들까지 교감을 하지 못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리고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야생버라이어티 정신에 가장 알맞게 어떤 미션이건 열심히 하고,

큰 웃음을 주면서도 매번 꼴찌는 도맡다시피 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헌신했었고,

이를 본받아 동생들도 열심히 했었는데...

 

나영석PD와 강호동, 그리고 멤버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둔 국민예능 1박2일!!

이제는 야생도 사라지고, 열정도 사라지고, 시청자도 사라진 그들만의 1박2일을

만약 강호동이 봤다면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아쉬움이 가득한 1박2일 시청기였습니다.